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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는 정부가 발행하고 통제하는 디지털 통화로, 기존의 종이 화폐를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형태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미국을 비롯해 각국 정부는 금융 시스템의 현대화와 거래 투명성 확보 등을 이유로 CBDC 도입을 추진 중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개인의 자유, 사생활, 정치적 중립성 등의 측면에서 CBDC가 어떤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지, 지금부터 그 핵심적인 세 가지 이유를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1.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

CBDC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개인의 금융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입니다. 디지털 화폐는 모든 거래가 중앙 시스템에 기록되며, 정부나 중앙은행은 이 정보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습니다. 이는 범죄 예방이나 탈세 방지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말하면 개인의 모든 경제 활동이 감시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정치적 성향을 가진 단체에 후원금을 보내는 행위나, 민감한 의료 서비스 이용 내역 등이 모두 국가의 추적 하에 놓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정보는 권위주의적 정권 하에서는 개인을 탄압하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으며, 국민 개개인이 자율적인 소비 활동이나 의사 표현을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장할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정부는 “정보를 암호화해 보호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기술적 완벽은 존재하지 않으며, 언제든 악용의 소지가 존재합니다. 특히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시기에는 이러한 시스템이 시민 억압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또한 CBDC의 설계 방식에 따라, 정부가 특정 소비 항목에 대해 사용 제한을 두거나, 기한이 지난 디지털 화폐의 소멸 기능을 탑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른바 ‘프로그래머블 머니(Programmable Money)’ 로 불리는 이러한 기능은 기본소득이나 긴급재난지원금 등의 정책적 활용에는 유용할 수 있으나, 반대로 말하면 국가가 자금의 쓰임새를 통제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예컨대 “건전한 소비”만을 유도한다는 명분으로 술, 담배, 정치 관련 서적 구매 등을 제한하는 상황이 현실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CBDC가 구현될수록, 돈이라는 수단의 본질인 자유로운 교환 기능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개인의 경제적 자율성과 소비 판단 능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습니다.
2. 정치적 악용 가능성

CBDC는 단순한 결제 수단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정부가 디지털 화폐를 통제함으로써, 특정 계층이나 집단에 대한 경제적 제재가 가능해집니다. 예를 들어, 특정 시위나 집회에 참여한 인물의 계좌를 동결하거나, ‘국가 위기’라는 명분 아래 일부 시민의 자금 접근을 제한하는 시나리오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습니다. 중국은 이미 디지털 위안화를 활용해 사회 신용 점수 시스템과 연동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일부 시민들은 특정 평판 점수 미달 시 대중교통 이용이나 대출이 제한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습니다.이는 디지털 화폐가 단순한 ‘돈’이 아닌 정치적 통제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미국처럼 표현의 자유와 금융 독립성이 중요한 가치를 지닌 국가에서도, 긴급명령 혹은 국가 비상사태 하에 정치적 목적의 CBDC 활용이 가능해진다면, 이는 헌법적 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기술의 중립성만을 신뢰하고 제도 설계에 충분한 견제 장치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시민은 디지털 독재의 위험에 놓일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정부가 디지털 화폐 시스템을 통해 세입·세출 구조를 통제하면서, 재정정책까지 전례 없이 집중화되는 부작용도 우려됩니다. 과거에는 의회의 통제 아래 이루어졌던 예산집행이, CBDC 시스템의 프로그램화를 통해 자동적으로 집행되면 행정부 권한이 과도하게 확대될 수 있습니다. 특히 선거 전후로 특정 계층에 유리한 지급 방식이나, 반대 세력에 불리한 자금 제한을 암묵적으로 적용할 경우, 이는 선거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습니다. 또한 정부에 비판적인 미디어나 시민단체에 대한 디지털 제재가 비공식적으로 실행될 경우, 민주주의 사회에서 필수적인 비판 기능조차 마비될 수 있습니다. CBDC는 그 자체가 권력 집중의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3. 기존 금융 시스템 붕괴 가능성

CBDC가 대중화될 경우, 기존의 상업은행 시스템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중앙은행의 디지털 계좌로 자금을 이전하게 되면, 민간은행의 예금 기반이 붕괴되고 대출 여력이 급감할 수 있습니다. 이는 중소기업, 개인사업자 등의 자금조달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결국 금융 생태계 전체가 불안정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금융 위기 상황에서 사람들은 보다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중앙은행의 CBDC 계좌로 자산을 이동시킬 수 있으며, 이는 기존 은행권의 대규모 뱅크런(예금 인출 사태) 을 유발할 위험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국제결제은행(BIS) 보고서에서도 CBDC 도입 시 상업은행의 시스템적 안정성 저하 우려를 강하게 제기한 바 있습니다. 결국 CBDC는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 기존 금융 구조를 재편하고 국가-시민-금융기관 간의 권력 균형을 변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됩니다. CBDC 도입이 본격화되면, 은행의 주요 기능인 신용 창출 기능에도 타격이 예상됩니다. 전통적인 은행은 예금 기반으로 대출을 실행하며, 이는 경제 전반의 유동성을 촉진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CBDC로 인해 예금이 중앙은행으로 집중되면, 민간은행은 대출 여력을 잃고, 기업 투자와 소비 활성화가 모두 위축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구조 변화는 금융기관의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미치며, 결국 서비스 질 저하, 대출 심사 강화, 금리 인상 등으로 이어져 일반 시민이 피해를 볼 가능성도 커집니다. 장기적으로는 금융권 전체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이는 국가 경제의 건전성 자체를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특히 중소규모 지역은행은 생존 자체가 위협받게 됩니다.

CBDC는 기술적으로 진보된 화폐 시스템이지만, 동시에 개인의 자유, 정치적 중립성, 금융의 안정성이라는 핵심 가치를 위협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처럼 자유민주주의와 금융의 분권화를 핵심으로 하는 사회에서는, 제도 설계에 앞서 이에 대한 충분한 국민적 논의와 견제 장치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의 권리와 보호이며, 이는 어떤 디지털 혁신보다 우선되어야 합니다.
- Brookings Institution -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Risks and Opportunities"
-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 - "CBDCs: Systemic Implications"
- The Hill - "U.S. Congress Approves CBDC Framework", July 2025
- MIT Digital Currency Initiative - "Privacy in Digital Currencies"
- China Digital Times - "Digital Yuan and Social Credit System"